가평군 행정이 신뢰를 잃고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공직사회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 및 지명직 공직자의 책임은 가장 막중하다.
공무원은 단순히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조직의 구성원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지켜야 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공직사회에서 책임은 뒤로 미루고 권한만 행사하려는 태도,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 성과보다 조직 내부의 안위와 무사안일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이는 단순한 업무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이며 행정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지방행정은 군민의 생활과 직결된다. 인허가 하나, 예산 집행 하나, 사업 추진 하나가 군민의 재산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담당 공무원이 ‘내 업무가 아니다’, ‘전임자가 한 일이다’,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군민 입장에서는 누구를 믿고 행정을 맡길 수 있겠는가.
책임지는 공직자가 사라지면 행정은 무너진다.
행정의 가장 큰 적은 실수가 아니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문화다.
공무원이 일을 하다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 사업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태도다.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며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일부 행정에서 그 반대의 모습이 나타날 때다.
잘된 일은 조직의 성과로 포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자 개인이나 전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공직사회는 자연스럽게 ‘책임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잘못된 학습을 하게 된다.
그 순간 행정은 혁신을 멈춘다.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편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보다 기존 관행에 순응하는 사람이 안전한 조직이 된다. 결국 군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와 혈세 낭비다.
혈세는 공무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평군의 예산은 공무원의 돈이 아니다. 군민이 낸 세금이며, 군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공공재원이다.
따라서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에게는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계속 끌고 가거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개선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면 그것 역시 넓은 의미의 도덕적 해이다.
더욱이 군민에게 설명해야 할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민원과 비판을 불편한 것으로만 여기거나, 조직 내부의 논리만을 앞세운다면 공직사회와 군민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자리는 군민위에 군림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한 자리다.
‘복지부동’이 능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공직사회 역시 변해야 한다.
과거처럼 상급자의 지시만 기다리고, 규정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만을 최고의 행정성과로 여기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가평군에 필요한 것은 눈치 보는 공무원이 아니라 일하는 공무원, 책임을 회피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책임지는 공무원, 주민에게 군림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에게 설명하는 공무원이다.
물론 모든 공무원을 도덕적 해이의 주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묵묵히 현장에서 주민을 위해 일하는 다수의 공무원까지 폄훼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공직기강을 흐리는 일부의 무책임과 무사안일을 더욱 엄격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는 ‘공직사회 개혁’을 말해야 한다
가평군은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개인의 일탈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수백여만원을 호가하는 청탁성 선물을 받고도 모르겠다고 일괄하는 공직자, 지역업체에게 향응과 접대를 받으며 유흥을 즐기던 공직자가 본청 주요부서에 영전하는 부당한 인사, 금품수수와 비위로 공무원이 구속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쉬쉬하는 공직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작금의 가평군 현실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
이 모든 책임은 오로지 선출직 가평군수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군민의 불신이 변화를 강제하게 될 것이다.
가평군의 행정은 특정 공무원의 것이 아니다. 군수의 것도, 공무원 조직의 것도 아니다.
군민의 것이다.
따라서 공직자는 권한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리보다 사명을 생각해야 한다. 조직의 안정보다 군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가평군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이제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무사안일과 책임회피가 더 이상 공직사회의 ‘안전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라면 군민 앞에 당당하게 설명하고, 결과에 책임지고, 잘못이 있다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의 기본이며, 지방행정의 최소한의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