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타임=이명수 보도국장] 7일 경기도 가평군 잣고을시장에서 개막한 2026년 제12회 경기도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진행된 경품행사를 둘러싸고 경품권 배부의 형평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추첨 자체가 아니다. 경품추첨은 공정하게 진행됐더라도 추첨에 참여할 기회를 결정하는 경품권 배부 과정이 불공정했다면 행사 전체의 공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지적이다.
■ 일반 소비자는 2만 원 구매 기준…관계자는 경품권 추가 지급?
이번 행사에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 이상 물품을 구매하면 경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2만 원 구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상인회 관계자나 지인에게는 경품권을 한두 장씩 추가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품권 배부 업무는 상인회 소속 매니저가 담당했다.
문제는 경품권 지급 기준을 누가 감독하고, 실제 구매금액과 지급 수량이 일치하는지 누가 검증하느냐다.
경품권 한 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상당일 수 있는 고가 가전제품에 당첨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관계자에게 추가 지급이 있었는지는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해야 하지만, 경품권 배부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 장치가 없다면 특혜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 추첨 시간은 불명확…현장에 없으면 경품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경품 지급 방식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첨자가 추첨 당시 현장에 없으면 경품을 수령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경품추첨 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현장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취재한 기자도 추위속에서 4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경품 추첨에 참여 할 수 있었다.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는 경품권을 받고 귀가할 수 있지만 행사 운영에 참여하는 상인회 관계자들은 현장에 계속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추첨 자체가 무작위로 진행되더라도 실제 경품을 수령할 기회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추첨 시간을 사전에 공지했는지, 당첨자 부재 시 재추첨했는지, 미수령 경품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 김치냉장고부터 쌀까지…경품 9개 품목 총 51점
취재 현장에서 확인한 '2026년 제12회 경기도 우수시장 박람회' 경품 지급대장에는 총 9개 품목, 51점의 경품이 기재돼 있다.
구체적인 경품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스탠드형 김치냉장고(327L) 1대
2. 의류건조기(18kg) 1대
3. 코드제로 청소기(무선) 1대
4. 쿠쿠 압력밥솥(10인용) 2대
5. 에어프라이어(5L) 3대
6. 전기그릴(가정용) 3대
7. 중형 믹서기(1.2L) 5대
8. 쌀(10kg) 30포
9. 잣 세트 5세트
총 51점으로, 김치냉장고와 의류건조기 등 고가 가전제품부터 생활용품과 지역 특산품까지 포함됐다.
경품 지급대장에는 11월 7일과 8일의 품목별 지급 기록도 구분돼 있다.
고가 경품이 포함된 행사인 만큼 단순히 당첨 번호를 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품권 배부부터 실제 수령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기자도 24만 원 소비해 경품권 6장…2개 상품 당첨
취재 기자 역시 행사장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며 경품행사에 참여했다.
기자는 총 24만 원을 소비하고도 겨우 경품권 6장을 지급받았으며, 추첨 결과 2개 상품에 당첨됐다.
경품권 6장으로 2개 상품에 당첨된 것은 단순한 행운일 수도 있다.
실제 추첨이 무작위로 진행됐다면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당첨되는 일 자체가 부정행위의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전체 경품권 발행량과 실제 배부 수량, 중복 당첨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당첨 확률과 경품 지급의 형평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기자의 당첨 사례 역시 경품권 배부와 추첨 운영에 대한 기록 공개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 상인회 관계자 가족 연속 당첨…우연인가, 특혜인가
이번 행사에서는 상인회 관계자 가족이 연속으로 경품에 당첨된 정황도 확인됐다.
물론 상인회 관계자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품행사 참여를 제한할 수는 없다.
정상적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동일한 기준에 따라 경품권을 지급받았다면 당첨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관계자나 친인척에게 추가 경품권이 지급됐거나 일반 소비자와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경품권 배부와 행사 운영을 같은 상인회 관계자들이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이해충돌을 방지할 별도의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
관계자 가족의 실제 구매금액과 경품권 수령 수량, 당첨 기록을 대조해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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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기도 우수시장 박람회 경품권 지급처 책상 위 서류와 경품권 |
■ 경품 지급대장은 있는데 경품권 배부대장은 있는가
현장 사진에서는 경품 품목과 수량, 날짜별 지급 내역을 기록한 대장이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경품권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몇 장씩 지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경품 지급대장만으로는 경품권 배부의 공정성을 입증할 수 없다.
전체 발행량과 실제 배부량, 미사용 경품권 수량, 관계자 참여 기준 등이 확인돼야 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 경기도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예산이 투입됐다면 행사 주관 단체뿐 아니라 보조금 집행기관의 관리·감독 책임도 살펴봐야 한다.
경품 구매비용과 실제 지급 내역, 미수령 상품 처리 결과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경품권 지급 대장은 작성되고 있지 않았고, 영수증은 금액 확인 후 구겨서 폐기하고 있었다.
■ 상인회 관계자에게 맡겨진 경품행사…누가 검증하나
경품행사의 목적은 소비를 촉진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지갑을 열고 경품권을 받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당첨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엄격한 구매 기준을 적용하면서 관계자에게는 추가 경품권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추첨 시간마저 불명확하며 현장에 없으면 상품을 받을 수 없는 방식이라면 행사 운영의 형평성을 따져봐야 한다.
상인회 관계자 가족의 연속 당첨도 그 자체가 부정행위의 증거는 아니지만, 경품권 배부 기록을 통해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경품추첨의 공정성과 경품권 배부의 공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추첨함이 아무리 공정해도 추첨함에 들어가는 경품권부터 불공정하다면 그 결과를 온전히 공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주최 측은 경품권 배부 기준과 추첨 운영 규정, 경품 지급 내역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고 반드시 생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선을 몇 마리 맡겼고 누가 몇 마리를 가져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의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 활성화 행사의 주인공은 상인회 관계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돈을 쓰고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여야 한다.
경품은 관계자의 특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공정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