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타임=특별보도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2004년 황무지와 다름없던 자라섬에서 출발해 ‘가평’이라는 작은 지방도시를 국내외에 알리고, 재즈라는 장르를 대중적인 야외축제로 끌어낸 자라섬재즈의 성과는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자라섬재즈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예전과 다른 질문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자라섬재즈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발 더 들어가면 이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관객이 지불하는 비용과 가평군민의 세금에 걸맞은 축제로 진화하고 있는가.”
날씨는 춥고, 티켓은 비싸졌다
자라섬은 야외축제다.
10월 북한강변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해가 떨어지면 기온과 체감온도가 크게 내려가는 것은 자라섬재즈의 숙명과도 같다.
그렇다면 높은 티켓 가격을 지불한 관객이 추위와 불편함까지 감수하면서 매년 자라섬을 찾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답은 하나다.
압도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자라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티켓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물론 인건비와 무대 설치비, 해외 아티스트 섭외비,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한다면 티켓 가격만 가지고 축제를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다.
가격이 오른 만큼 관객이 느끼는 만족도와 운영 서비스도 함께 좋아졌느냐는 것이다.
“매년 왔는데…앞으로 계속 와야 하나 고민된다”
이번 축제를 찾은 한 장기 관람객의 이야기는 그래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년 자라섬재즈를 다녔는데 올해는 조금 기분이 상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와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어,“예전 10년 전 자라섬재즈에서 느꼈던 열정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표값은 올랐는데 운영은 오히려 떨어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 다른 지적은 운영의 유연성과 투명성이다.
“조금 더 유연했으면 합니다. 관객이나 취재진을 대하는 방식도 그렇고 축제를 운영하는 과정도 조금 더 투명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의견일 수 있다.
하지만 축제에 애정이 없었다면 매년 돈을 내고 가평까지 찾아오지도 않았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최 측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충성 관객이 떠나기 시작하는 축제는 신규 관객 몇 명을 더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먼저 찾았다.
자라섬재즈가 성장하던 시절에는 기업 스폰서십도 축제의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롯데 등 대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행사장 안에서 관람객 편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단순히 기업 로고 하나를 행사장에 붙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업의 자본과 서비스 역량을 축제에 끌어들여 관객 만족도를 높이는 구조였다.
그래서 오랜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나온다.
“롯데 같은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축제 전체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왜 과거와 같은 대형 기업 스폰서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지, 현재 민간 후원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군비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군비 지원한다면 ‘성과표’를 공개하라
자라섬재즈는 순수 민간 상업공연과는 성격이 다르다.
가평군이라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성장했고, 오랜 기간 공적 지원을 받아왔다.
중요한 것은 지원 자체가 아니다.
지역 대표 축제를 지방정부가 육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정책 선택이다.
하지만 세금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평군은 최소한 매년 유료 입장객은 몇 명인지, 무료 초대권은 얼마나 발행됐는지, 티켓 매출은 얼마인지, 군비·도비·국비는 각각 얼마가 투입됐는지, 민간 협찬금은 얼마인지, 지역 업체 참여율은 얼마나 되는지, 축제로 인해 가평지역에서 실제 발생한 경제효과는 얼마인지 등을 군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무엇이 좋아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축제의 성공을 단순히 “몇 만 명이 방문했다”는 숫자로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재진 없는 자라섬재즈를 상상할 수 있는가
결국 논쟁은 인재진이라는 이름으로 향한다.
인재진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4년 첫 축제부터 자라섬재즈의 중심에서 브랜드를 키워온 그의 기획력과 집념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그 공을 지우면서 현재를 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공로가 영구적인 운영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3년이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브랜드라 하더라도 20년을 넘어섰다면 이제는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축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축제가 돼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금기처럼 여겨졌던 질문도 해야 한다.
인재진 체제는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그가 물러나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총감독이나 대표의 임기와 성과를 평가하고 재신임 여부를 판단하며 차세대 기획자를 육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재진 없는 자라섬재즈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축제의 성공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일 수 있다.
23년 동안 한 사람이 브랜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인재진의 자라섬재즈’에서 ‘가평의 자라섬재즈’로 전환하는 작업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자라섬재즈는 두 번째 창업이 필요하다.
자라섬재즈는 실패한 축제가 아니다.
오히려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질문이 필요하다.
성공한 축제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관성이다.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열고,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티켓을 팔고, 보조금을 받고, 관람객 수를 발표하는 것이 반복되는 순간 축제는 혁신보다 행사가 된다.
관객들이 “예전 같은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면 그 목소리를 불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를 다시 끌어들일 적극적인 스폰서십 전략, 관객 서비스 전면 개편, 지역주민과 상권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 보조금·티켓수입·협찬금·초대권을 아우르는 투명한 공개, 총감독과 운영진에 대한 객관적 성과평가, 그리고 차세대 리더십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가평군도 더 이상 매년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군비 지원은 ‘관행’이 아니라 ‘성과계약’이어야 한다.
성과가 좋으면 지원을 확대할 수 있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원방식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23년의 성공, 앞으로 20년을 보장하지 않는다.
2004년의 자라섬재즈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절박했고, 도전했고, 기업을 찾아다녔고, 관객 한 명 한 명을 붙잡았다.
그 열정이 오늘의 자라섬재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2026년의 자라섬재즈에는 이미 브랜드가 있고, 역사도 있고, 행정의 지원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성공의 경험이 혁신을 막는 순간, 브랜드는 늙기 시작한다.
티켓값이 비싸졌다는 불평보다 더 무서운 것은 관객의 이 한마디다.
“매년 왔지만 앞으로도 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라섬재즈가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다.
23년의 성공은 앞으로의 20년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라섬재즈는 지금 분명한 변곡점에 서 있다.
자라섬재즈가 다시 뜨거워질 것인가.
아니면 성공했던 과거를 반복하는 축제로 남을 것인가.
이제 가평군과 운영진이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