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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9] 전문가 없는 지방행정, 누가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나

순환보직에 익숙한 지방행정…‘제너럴리스트’만 키우다 전문성과 책임까지 잃는다
[한국뉴스타임=특별보도국] 지방행정에서 인사는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다.

누구를 어느 자리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속도가 달라지고, 정책의 완성도가 달라지며, 결국 주민이 받는 행정서비스의 수준까지 달라진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인사를 바라보면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공무원의 자리를 돌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전문가를 키우고 있는 것인가.”

공직사회는 오랫동안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선호해 왔다.

여러 부서를 경험하며 행정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공무원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분명 필요하다.

특히 과장·국장 등 관리자는 예산, 조직, 인사, 주민 민원, 정책조정 등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제너럴리스트 육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정작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알 만하면 떠난다

지역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농업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어느 날 관광부서로 간다.

관광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할 만하면 환경이나 복지부서로 옮긴다.

도시개발 사업을 담당하던 직원도 몇 년 지나면 전혀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

그리고 새로 온 담당자는 또다시 업무를 처음부터 파악한다.

주민에게 익숙한 말도 반복된다.

“제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업무를 파악 중입니다.”

이 말이 한두 번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 시스템의 문제다.

수백억 사업도 담당자는 계속 바뀐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규모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도시개발, 역세권 개발, 관광 인프라, 농촌중심지 활성화, 인구정책, 복지정책, 환경정책 등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규모 사업이 적지 않다.

사업 기간도 3년, 5년, 심지어 10년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업보다 담당 공무원의 근무기간이 짧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업이 계속되는 동안 담당자는 여러 번 바뀐다.

전임자는 떠나고 후임자는 다시 자료를 공부한다.

사업의 초기 취지와 과정에서 있었던 시행착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행정의 경험은 사람에게 축적되지 않고 서류 속에만 남는다.

실패하면 “전임자가 한 일”

더 큰 문제는 책임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조직의 성과가 된다.

그러나 사업이 실패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시 담당자가 아닙니다.”

“전임자가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제가 왔을 때는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런 답변이 반복된다.

사업은 존재하지만 책임자는 사라진다.

바로 잦은 순환보직이 갖는 가장 큰 약점이다.

행정에는 반드시 업무의 연속성과 책임의 연속성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기업이라면 가능할까

기업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담당자를 1~2년마다 바꾼다면 경영자는 이를 정상적인 조직운영이라고 판단할까.

반도체 전문가에게 갑자기 관광 마케팅을 맡기고, 도시개발 전문가에게 복지사업을 맡기는 조직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민간에서는 전문성을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공조직에서는 지나친 순환보직이 오히려 관행처럼 굳어진 경우가 많다.

지방행정 역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가평에는 ‘가평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가평과 같은 지역은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풀기 어려운 현안이 많다.

관광도시이면서 농촌지역이고, 산림 비율이 높으며, 북한강과 여러 수변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역세권 개발, 관광정책, 농촌개발, 교통, 인구감소, 정주여건, 환경, 산림정책이 서로 맞물려 있다.

이런 지역의 정책은 단순히 중앙정부 지침을 따라가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의 역사와 지형, 주민 성향, 과거 사업의 성공과 실패까지 알고 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즉 가평군에는 행정전문가뿐 아니라 ‘가평 전문가’가 필요하다.

스페셜리스트를 키우는 인사가 필요하다

모든 공무원을 한 분야에만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순환보직 자체도 필요하다.

문제는 균형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장기근무를 보장하고 전문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관광, 환경, 산림, 농업, 재정, 법무, 복지, 교통 등 핵심 분야에서는 최소한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존재해야 한다.

전문직위 확대와 장기보직제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핵심사업 담당자는 사업의 주요 단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T자형 공무원’

앞으로 지방행정이 육성해야 할 인재는 단순한 스페셜리스트도, 단순한 제너럴리스트도 아니다.

두 가지 역량을 결합한 ‘T자형 공무원’이다.

가로축은 행정 전반을 이해하는 폭넓은 능력이다.

세로축은 특정 분야에서 축적된 깊은 전문성이다.

행정의 큰 그림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다.

그런 인재가 많아질수록 지방정부의 정책 경쟁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리를 돌릴 것인가, 전문가를 키울 것인가

인사는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인사제도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행정의 수준이 결정된다.

가평군 역시 이제 고민해야 한다.

몇 년마다 자리를 바꾸는 인사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를 육성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주민이 원하는 공무원은 모든 부서를 한 번씩 거친 공무원이 아니다.

자신의 업무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공무원이다.

지방행정도 이제 ‘몇 개 부서를 거쳤느냐’를 평가하기보다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평가해야 한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우리는 공무원의 자리를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맡길 전문가를 키우고 있는가.”

민선9기의 가평군 인사행정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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